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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ReView] Musical 'GODSPELL'

claragr8 2010. 1. 18. 23:12

무미건조. 2009년 하반기가 딱 그랬다. 연인과의 달콤한 데이트는 커녕 이렇다 할 만한 문화생활하나 못했으니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뮤지컬 티켓을 준다는 말에 무슨 내용인지 알아보기도 전에 '가겠다'고 해버렸다. 문화생활에 대한 갈급함의 발로..?

어쨌든, 17일 저녁, 내 사랑과 함께 제일화재 세실극장으로 향했다. 2010년의 첫 뮤지컬 'GODSPELL'을 감상하기 위해서 말이다. 극장은 영국대사관 근처에 위치해 있었다. 약 2년 전 영국비자를 신청하려고 꼭두새벽에 그 주변을 서성거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약 10분 전에 도착해서 티켓팅을 하고 희뿌옇게 뿌려진 스모그 속에서 우리 자리를 찾아 앉았다. 굉장히 오랜만에 관람하는 공연이라서 그런지 기대가 되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약 아홉 명의 배우들이 차례로 나와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제목에서 풍겨오는 종교적 색채가 작품 전반에 걸쳐 강하게 배어 있었다. 아홉 명의 남녀 배우는 각자 개성이 강한 캐릭터를 보여주며 스토리마다 역할을 바꿔가며 연기했다. '착한 사마리아인', '부자와 나자로', '돌아온 탕자' 등의 복음말씀들이 신나는 노래 가사가 되어 관객들의 귓속으로 전해졌다. 

때때로 (일명 나이아가라 파마머리를) 한 여배우가 랩처럼 빠르게 가사를 읊어버려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배우들의 가창력에 감탄하기도 잠시, 내용들이 너무 익숙해서였을까? 공연 중반부에 이르러서는 조금씩 지루해졌고 밀려오는 졸음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나는 휴식 시간을 틈타 그와 함께 공연장을 빠져나왔다. 관람을 중도에 포기하고 나온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충분히 의미있는 내용이었지만 공연의 스케일과 무대 장치 및 전달 방식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2010년의 첫 공연은 10점 만점에 5점. 다음 번에는 좀 더 신중하게 작품을 선택해야지..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봤다.
'이 뮤지컬을.. 신앙심이 불타오르던 그 때 관람했더라면 어땠을까?'
대답은.. '글쎄.. ^^;;'